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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INDY JIYOUNG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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marriage story

April 01, 2021

<Marriage Story> 에서 스칼렛 요한슨이 말한다, 꿈에서 깨어보니 자신의 꿈이 아닌, 찰리의 꿈을 여태 꾸고 있었다고.

가끔씩 꿈에서 깨어났을 때 눈 앞이 캄캄할 때가 있다. 또 그 허탈함을 느끼기 싫어 다른 누군가의 꿈을 내것으로 착각하고 같이 걸어가려고 발버둥 친다. 많은 사람들은 그것 자체로 만족한다. 그 모놀로그에서 보이는 요한슨의 눈빛에서는 꿈과 현실의 차이를 알아챘을 때의 아픔이 너무 크고, 그 실망을 다시는 느끼지 않기 위해 현실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.

사람들은 주로 현실주의, 반대의 이상주의자로 나뉜다. 현실주의자들은 아마 달콤한 꿈과 한 순간의 감정에 시달리기 보다는 현실적인 조건들을 잘 헤쳐나가며 살아갈 듯 하다. 현실적인 조언, 그 누구보다 잘 한다. 근데 불행하다. 이상주의자는 자신의 꿈과 깨어났을 때의 현실의 갭이 너무 크기 때문에, 또 불행하다. 그래서 나는 꿈과 현실이 반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. 현실은 그냥 우리가 눈 떴을 때 펼친 게임판이라면, 꿈은 우리가 이 현실 안에서 어떻게 다음 플레이를 놓을지를 결정짓게 하는 태도랄까. 또 모두 다른 꿈을 꾸기 때문에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아름답지 않을까.

꿈이라고 해서 막연한 행복을 바라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,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고, 또 그 감정으로 인해 세상을 새롭게 느끼려고 하는 것. 무슨 대단한 감정이 아니라, 단순히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, 춤을 출 때, 아이의 웃음소리를 느꼈을 때의 감정. 옛날 노래를 들었을 때 그 향수에 젖은 우리를 발견했을 때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. 무모한 꿈을 꾸는 사람이 없었다면 우리가 듣는 음악도, 감동받는 영화도, 어떤 아름다움도 없었을 거다. ‘현실’에는 아름다움이 없다고 생각하지만, 힘들게, 또 어떨 때는 무모하게 살아가는 한명 한명으로 인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조금 아름답다고 느낄 수도.

나는 꿈에서 깨어나서 불행한 줄 알았다. 근데 또 어떻게 보니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기도 했다. 불행의 반대는 행복이 아닌, 감동이 없는 것이라는 걸 느꼈다. 너무나 큰 감동을 바래왔던 걸까. 스칼렛 요한슨은 자신의 꿈을 못 꾸고 있다고 했는데, 찰리가 본인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찰리와 같은 꿈을 바라본 건 아닐까. 우리 모두 꿈을 쫓고 지치고의 반복 속에서 음악을 듣고, 춤을 추고, 웃고, 맛있는 걸 먹고, 또 나누고, 사랑한다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면? 살면서 꼭 자기 자신을 찾아야 한다고 이해하지만, 끝까지 내 자신을 충분히 못 이해하면 또 어때? 그 속에서 불행하다고 투덜거리지 않고 나만의 작은 감동을 느끼고 또 만들어간다면. 어떠한 꿈을 이뤘을 때의 모습이 아니라, 그 모든 순간 속에서 헤매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가장 찬란한 거 같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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